
갑자기 쏟아진 첫눈은 반가움보다 아찔함을 남겼다. 수도권 곳곳이 순식간에 ‘빙판 주차장’으로 변했고, 버스에 9시간 넘게 갇힌 시민부터 3~4km를 이동하는 데 몇 시간을 소모한 사람들까지, 수많은 제보가 이어졌다. 폭설 예보가 이미 있었음에도 왜 이러한 혼란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시민들은 어떤 위험 속에서 하루를 견뎌야 했는지 퇴근길 참사에 가까웠던 그날을 짚어본다.
■ “명동에서 용인까지 9시간 10분”…한밤중까지 이어진 대혼란
12월 4일 저녁, 경기도 성남 내곡터널은 긴 자동차 행렬로 꽉 막혀 있었다. 기자가 옮긴 시민의 증언에 따르면, 명동에서 버스를 탄 시간은 오후 6시. 그러나 용인 자택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을 훌쩍 넘긴 9시간 10분 뒤였다. 평소 70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였다.
버스 안에서 생리 현상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채 장시간 갇혀 있어야 했던 시민들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폭설이 만든 도로 정체는 단순 불편 수준을 넘어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 5시간 동안 2km 이동… 걸어서 가는 게 더 빨랐던 퇴근길
서울에서 경기 광주로 향한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시민은 “5시간 동안 2km밖에 못 갔다”며 “차를 두고 걸어가고 싶을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4시간 동안 3.9km 이동했다는 사례도 여럿 있었다.
정체가 장기화되자 일부 운전자는 차량을 갓길에 세워두고 도보로 귀가하기도 했다. 도로 위에 방치된 차량들은 다시 다른 차량의 이동을 막아 정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었다.
■ 제설도 늦고 교통 통제도 엉망…“예보 있었는데 왜 준비 못했나”
서울에 내린 눈은 약 5cm 내외였지만, 문제는 ‘한꺼번에 쏟아진 시점’이었다. 눈이 빠르게 쌓였지만 제설 작업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오르막길에서는 차량들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로 일부 구간에서는 미끄러지는 차량을 밀고 끌어 이동시키는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
시민들은 제설 대응과 교통 통제 안내가 모두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청담대교 인근에서 고립된 시민은 “신고했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 “아무 조치도 없어 분통이 터졌다”라고 말한다.
■ 단 2시간 동안 쌓인 5천여 건의 신고…‘행정 공백’ 인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폭설 관련 신고는 단 몇 시간 만에 5천 건 이상 접수되었다. 제설 요청, 차량 고립, 도로 통제 불편, 미끄럼 사고, 여러 형태의 구조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폭설 예보가 이미 나왔음에도 지자체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겨울철 반복되는 ‘첫눈 참사’는 이제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재난’으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대비는 매년 현장 상황을 뒤따라가기만 한다.
■ 왜 이런 혼란이 반복될까?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면
첫째, 수도권은 교통량이 워낙 많아 작은 변수가 생겨도 도로 기능이 마비되기 쉽다. 둘째, 제설 장비·인력 투입이 한 박자씩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셋째, 도로 관리 주체가 서울·경기·시·구 단위로 나뉘어 있어 통합 대응이 부족하다. 넷째, 대중교통 인프라가 눈·빙판 대비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
이 모든 요인이 겹치면 5cm의 눈도 대도시의 교통망을 ‘정지’시키는 위력으로 작동하게 된다. 시민들의 불편이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시스템의 문제라 할 수 있다.
■ 앞으로 필요한 것들: 재난대응의 ‘속도’와 ‘예측’
지난 수년간 반복된 폭설·폭우 사태는 명확한 교훈을 남겼다. 기계적 대응이 아니라 ‘예측 기반 대응’이 필요하다. 기상 정보와 교통 빅데이터를 통합해 정체 가능성을 사전에 판단하고, 제설 인력·장비를 더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 상황 정보는 시민들과 즉시 공유돼야 한다. 단 몇 분의 공백이 수백 대의 차량을 갇히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겨울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지자체와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체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번 같은 ‘9시간 출근·귀가’는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 결론: 첫눈은 아름다웠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겨울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시민들은 첫눈을 반가워할 겨를도 없이 고립·정체·불안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버스에 갇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이들, 밤새 길에서 헤맨 수많은 시민들을 떠올리면, 이번 사태는 단순 교통 불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겨울철 재난 대응은 ‘한발 늦은 사후 조치’가 아니라 ‘사전 예측과 신속 실행’을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이제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사례가 또 다른 반복의 서막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도시와 행정이 겨울 대응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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