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와 외신에서 가장 자주 공유되는 기사가 바로 “남편 1시간 대여 서비스”라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들으면 꽤 웃기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뒤엔 다소 무거운 사회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라트비아라는 나라에서는 실제로 전화나 앱으로 남성을 ‘시간제’로 불러 집수리·배관·목공 등 다양한 집안일을 대신 맡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왜 등장했고, 왜 이토록 인기가 있는 걸까요?
남성 15.5% 부족한 나라… 라트비아는 어떤 곳인가?
라트비아는 북유럽에 위치한 국가로 영화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지만, 더 중요한 특징은 심각한 성비 불균형입니다.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15% 이상 많고, 특히 30대 이후부터 남성 비중이 급감합니다. 65세 이상에 가면 여성 비중이 남성의 두 배에 달합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 남성 인구가 부족해지는 구조가 고착되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배경엔 남성의 생활 습관·흡연율·건강 상태·사회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트비아 남성의 흡연율은 여성보다 약 3배나 높고, 남성 비만율 또한 더 높습니다. 여기에 과도한 음주 문화 또는 위험 행동을 남성다움으로 인식하는 오래된 ‘마초 문화’까지 더해지며 남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 결과 평균 수명에서 남녀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중년 이후로 남성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집안일을 해줄 남성이 없다”는 현실
라트비아 남성 부족 현상은 단순한 ‘짝 찾기’ 차원을 넘어 생활 문제로도 이어졌습니다. 배관이나 전기, 목공, 수리 같은 작업은 대부분 남성이 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상생활에서 이런 역할을 맡아 줄 사람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라트비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남성을 ‘시간제’로 호출해 집안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서비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예를 들어 ‘Rent My Handy Husband’ 같은 서비스는 시간당 약 44달러(약 6만 원)를 받고 배관 수리, 전기 작업, 목공, 페인트칠, 커튼 설치, TV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처리해 줍니다. 심지어 예약은 한 달 단위로 꽉 차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아예 서비스 브랜드가 생기고, SNS에서 인증하는 문화까지 함께 퍼지며 꽤 자연스러운 생활 방식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남편 대여’는 사실 농담이 아니라 사회 구조 문제의 반영
이 서비스가 농담 같은 제목으로 소개되다 보니 다소 유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성비 불균형에서 비롯된 생활상의 불편, 그리고 젠더 구조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한 라트비아 여성은 “직장 동료 98%가 여성이라 일상에서 남성을 만날 기회가 적고,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즉, 단순히 ‘남자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남성과 여성의 숫자가 맞지 않기 때문에 생활 속 수요가 새로운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입니다.
성비 불균형은 단순 인구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
라트비아의 성비 불균형은 이번 서비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 구조, 건강, 문화, 세대 변화가 결합돼 여성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족 형태나 연애 방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균 수명이 큰 폭으로 차이 나면서 노년층 구성 역시 여성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라트비아의 역사적 배경도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라트비아는 독일과 스웨덴 등의 지배를 받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되었다가 1991년 재독립한 나라입니다. 그 시기 가족을 잃거나 추방된 경험을 가진 세대가 여전히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럼 미래는 어떻게 될까?
흥미로운 점은 이 서비스가 단순히 유머 콘텐츠가 아니라 “진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술 발전과 인구 구조 변화가 결합하면, 앞으로도 생활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라트비아가 겪는 변화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한국도 인구 구조 변화, 성비 문제, 세대 차이, 기술 기반 생활 서비스 확대 등 비슷한 흐름을 이미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죠.
요약해 보면
- 라트비아는 유럽에서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
- 남성 부족 현상이 생활 문제로 이어짐
- 집안일, 설치, 수리 등 “남성 대여 서비스” 확산
- 유머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회 구조 문제를 반영
- 미래 생활 서비스의 단면일 수도 있음
이 현상이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
한국의 고령화·인구 감소·저출산 문제는 이미 사회구조 전반을 바꾸고 있습니다. 라트비아 같은 사례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형태의 새로운 생활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될지 힌트를 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외신 웃음거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 변화와 비교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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