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8000원짜리 베이글 1시간 줄 서서 산다…2030 몰린 이유

by thisdaylog 2025. 10. 23.
반응형

 

서울 강남의 유명 베이글 매장 앞에서 줄 서 있는 사람들, 8000원 베이글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2030세대를 표현한 뉴스형 썸네일 이미지

 

 

리드 | 빵 한 조각에도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갈라진 소비 시장. 서울 강남의 런던베이글, 카페 레이어드, 테디뵈르하우스 같은 빵집 앞에는 오늘도 1시간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선다. 8000원짜리 베이글에도 2030 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편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반값 빵 행사’에 인파가 몰린다. 고급 경험 vs 합리적 가격이라는 양극화 속에서 중간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설 자리를 잃어간다.


1) 8000원 베이글, 왜 이렇게 인기일까?

강남 도산공원의 유명 베이글 매장은 오픈과 동시에 웨이팅 대기표가 50팀을 넘는다. 이곳의 베이글 가격은 3000~4000원대가 기본이며, 피스타치오·말차·무화과 등 트렌디한 토핑이 들어간 제품은 최대 8000원까지 오른다. 하지만 손님들은 가격보다 ‘경험’을 소비한다. 감성적인 인테리어, 독특한 패키징, SNS 인증 욕구까지 더해지며 하루를 완성하는 일종의 ‘체험 콘텐츠’가 된 것이다.

MZ세대에게 이 빵집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브랜드 공간이다. 줄 서서 기다리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소비의 일부가 됐다. 빵을 먹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시간 프리미엄’이 소비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은 셈이다.


2) 반대로 가성비 빵도 ‘품절 대란’

고급 빵 열풍과 동시에 가성비 빵 시장도 뜨겁다. 홈플러스의 ‘몽블랑제 반값 행사’는 첫날부터 품절 행진을 이어갔다. 빵값 인상으로 ‘빵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반값 행사와 PB(자체 브랜드) 제품은 서민 소비층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GS25의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디크 매출은 2023년 66%, 2024년 35%, 올해(1~9월 기준) 29% 성장했다. CU의 PB빵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19%에서 21%로 늘었다. 편의점 빵의 평균 가격은 2000원 초반대로, 생산 단가를 낮추고 유통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


3) 사라지는 중간 지대 – 프랜차이즈 빵집의 위기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 중간 가격대의 프랜차이즈 빵집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던킨 등은 한때 전국 골목의 상징이었지만, 최근 몇 년 새 가맹점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제과제빵 가맹점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원인은 명확하다. 차별화 부재다. 프리미엄 빵집은 브랜드 감성으로, PB빵은 가격 경쟁력으로 어필하지만, 표준화된 생산체계를 가진 프랜차이즈는 신제품 대응 속도와 독창성이 떨어진다. 쫀득한 식감이나 해외 트렌드 반영이 늦어 트렌드 적응력에서 밀리고 있다.


4) 2030 세대의 소비 코드: ‘가심비’와 ‘체험’

소비 트렌드 분석가들은 현재의 베이커리 열풍을 단순히 ‘빵 맛’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핵심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다. 한정판 메뉴, 포토존,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프리미엄 빵집은 일상 속 작은 여행처럼 느껴진다. 반면 가성비 빵은 물가 상승 시대의 실질적 대안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2030의 선택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증명하는 수단이자,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합리적 전략이다. 즉, 같은 세대 안에서도 두 가지 소비 코드가 공존하는 시대다.


5) 전문가 진단 – 프랜차이즈는 어떻게 살아남나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이홍주 교수는 “유명 빵집은 단순히 빵을 파는 게 아니라 공간과 경험을 판다”며, “프랜차이즈는 점포 수 확장에 집중하다 보니 고객 수요가 분산되고, 개별 브랜드 정체성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프랜차이즈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된 메뉴 전략, 로컬 협업, 경험형 매장 전환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지역 제철 재료를 활용한 한정 메뉴, 베이커리와 카페의 결합 공간, 또는 SNS 참여형 이벤트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결론: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 ‘진짜 맛’의 정의는 달라졌다

8000원짜리 베이글과 2000원짜리 PB빵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한다. 앞으로의 베이커리 시장은 가격이 아닌 경험과 가치의 싸움이 될 것이다. 진짜 경쟁력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스토리·공감·공간 경험을 담은 브랜드에서 나온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