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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터널에서 3시간째 고립"…폭설 뒤 이어진 '결빙 지옥', 경기 도로가 멈췄다

by thisdaylog 202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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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빙된 터널 내부에서 차량 수백 대가 완전히 정체된 상황을 보여주는 뉴스형 썸네일 이미지”

 

 

 

4일 밤, 경기도 곳곳은 말 그대로 ‘도로가 멈춘 밤’이었다. 폭설이 잦아든 직후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도로가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분당 내곡터널, 광주 중원터널 등 주요 구간에서 차량 수백 대가 장시간 고립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터널 안에서 3시간 넘게 꼼짝도 못 한 운전자들의 긴박한 제보가 이어지며, 시민들은 불안과 답답함 속에서 밤을 지새웠다.


“112도, 119도 연결이 안 돼요.” “터널이라 차를 버리고 나갈 수도 없어요.” “히터 꺼지면 정말 위험할 것 같아요.”
이날 밤 경기 지역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도로 위 ‘정지된 시간’이 얼마나 길고,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 내곡터널에서 3시간 고립… "차를 버릴 수도 없다"

용인에서 서울로 향하던 박주현 씨는 오후 11시 30분, 내곡터널 안에서 3시간째 갇혀 있었다. 터널 바깥 언덕길은 빙판이 되어 차량이 오르내릴 수 없었고, 터널 안에는 수백 대가 앞뒤로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있었다. 박씨는 “히터가 꺼지면 정말 큰일 날 수 있다”며 극도의 불안을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구조 요청조차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폭설·결빙 신고가 폭주하면서 112·119 모두 통화 연결이 어려웠고, 터널 진입 통제도 이뤄지지 않아 수많은 차량이 그대로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박씨는 “제설차도 보이지 않고, 현장 통제 인력도 없는 상황이 정상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 중원터널도 마찬가지… “전기차라 방전될까 시동도 못 켠다”

비슷한 시각, 광주 중원터널에서도 수십·수백 대 차량이 멈춰 섰다. 전기차 운전자 A씨는 “방전되면 움직일 방법이 없어서 시동조차 못 켜고 대기 중”이라며 “터널 밖에서 사고가 난 건지, 제설이 되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터널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머물면, 저체온·방전·산소 부족·2차 사고 위험이 한꺼번에 발생한다. 단순 정체가 아니라 생명·안전 문제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공포감은 더욱 컸다.

■ 학의JC·영덕고가·갈마터널… ‘결빙 도미노’로 인한 사고 속출

이날 경기 전역에서는 결빙으로 인한 사고와 정체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 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 학의JC → 다중 추돌 사고 • 수원 영덕고가차도 → 차량 사고로 극심한 정체 • 광주 갈마터널 인근 → 교통 혼잡 안내 재난문자 발송 • 평택제천고속도로 안성맞춤휴게소 인근 → 버스·트레일러 눈길 충돌, 2시간 정체

특히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을 길가에 두고 걸어서 이동하는 모습까지 CCTV에 포착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은 언제든 존재했다.

■ 경찰 “결빙 우려 지역 231곳 집중 관리”… 하지만 체감은 달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강설과 결빙이 예상된 구간 231곳을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교통안전대책반을 통해 사전에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설 지연, 통제 부재, 구조 대기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결빙은 폭설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음에도, 터널·언덕길·고가차도 등 상습 결빙 구간의 통제 준비가 충분했는가? 이라는 질문은 남을 수밖에 없다.

■ 왜 이렇게까지 도로가 마비됐을까?

이번 상황은 여러 요인이 겹친 ‘복합 재난’에 가깝다.

1) 폭설 직후 기온 급락 → 도로가 순식간에 얼어붙음 2) 제설 장비가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주변 구간 대응 지연 3) 터널·언덕길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구간이 연속 배치 4) 퇴근 시간대 차량 밀집 → 순간 교통량 폭증 5) 구조·통제 인력 부족 → 고립된 운전자 고위험 상황

특히 터널 내부 고립은 열악한 통신환경과 좁은 피난 공간 때문에 더 위험해진다.

■ 결론: 반복되는 결빙 대란,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폭설은 예보로 대비할 수 있지만, 결빙은 훨씬 빠르고 예측이 어렵다. 단 몇 시간 만에 도로 전체가 ‘미끄럼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결빙 취약구간에 대한 선제적 통제, 제설 장비 분산 배치, 터널 비상 대응 체계 개선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함을 다시 보여준다.

대규모 고립 사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설이 아니라, 구조·통제 시스템 전반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운전자에게는 단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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