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국내 의료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조용한 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바로 항생제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력화시키는 내성균, 그중에서도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 세균목) 감염이 기록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단순한 증가가 아니다. 올해 신고 건수는 이미 4만 5000명에 근접 </strong 하며,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두고 “침묵의 팬데믹이 시작됐다”, “한국이 고령화와 병원 중심 의료구조로 인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1일 기준 CRE 감염 신고는 4만 4930건.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4만 2347건)를 넘어섰고,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특히 감염자의 86%가 고령층이며, 70세 이상만 3만 명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라는 사실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 CRE 감염, 왜 이렇게 위험한가
CRE는 항생제 중에서도 마지막 선택지라 불리는 ‘카바페넴계 항생제’조차 듣지 않는 슈퍼내성균이다. 한 번 감염되면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고, 요로감염에서 시작해 폐렴, 패혈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균이 원래 새로 생긴 병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기관 간 환자 이동이 잦아지고, 항생제 오·남용이 누적되며, 요양시설의 감염관리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한국형 구조적 위험’이 CRE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고령층의 면역 취약성과 침습적 의료행위의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CRE는 지금 조용히, 그러나 거침없이 한국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전문가들 “이제는 바이러스보다 내성균이 더 무섭다”
한 감염내과 전문가는 “CRE는 치료 옵션이 사라지는 사태를 의미한다”며 “항생제 시대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보건체계를 시험하는 지점이다.
요양병원·요양시설 등 고위험군 시설의 취약성도 다시 드러났다. CRE 감염자 중 압도적 다수가 고령층이라는 사실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에서 내성균 확산 위험이 구조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양시설에서 선제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집단감염은 시간문제”라는 전문가 조언도 있다.

■ 감염이 퍼지는 경로는?
CRE는 대체로 병원·요양기관 중심에서 퍼지지만, 전문가들은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1) 장기 입원 2) 도뇨관 등 의료기기 사용 3) 항생제 반복 처방 4) 병원 간 환자 이동 5) 손 위생 및 환경관리 미흡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 내성균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퍼진다. 일명 ‘침묵의 팬데믹’이라 불리는 이유다.
■ 한국이 특히 취약한 이유
전문가들은 한국이 CRE 확산에 취약한 구조를 이미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 빠른 고령화 ・ 요양시설·요양병원 중심의 고령환자 관리 구조 ・ 항생제 처방에 관대한 의료문화 ・ 병원 간 정보 공유 부족 ・ 감염관리 예산·인력 부족
이 모든 조건이 내성균 확산에 유리한 환경을 형성한다. CRE 감염이 유독 고령층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항생제 시대의 종말? 지금이 바로 전환점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 보건 위협 1순위로 꼽았다. 전문의들은 “지금의 증가 추세를 통제하지 못하면 평범한 감염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라고 말한다.
즉,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함께 기존 항생제의 전략적 사용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한국은 특히 고령화 속도와 의료기관 중심 구조로 인해 내성균 확산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결론: CRE 확산,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CRE는 빠르게 늘고 있고, 이미 여러 지표는 통제선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고령층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은, 이 위기가 단순한 의료 현안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구조적 위험임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금부터라도 △항생제 사용 관리 강화 △요양시설 감염관리 지원 △병원 간 감염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 △신규 항생제 개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CRE 확산은 조용하지만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은 ‘침묵의 팬데믹’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는 나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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