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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금 주문해도 4년 뒤에야 받는다…전 세계가 ‘한국산 전력 인프라’만 찾는 이유

by thisdaylog 2025.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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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전력실 배경에 한국산 전력장비 수요 폭증을 상징하는 강렬한 썸네일 디자인, '지금 주문해도 4년 뒤, 전 세계가 한국산을 찾는다'라는 문구가 강조된 이미지"

 

전력산업은 오랫동안 산업 생태계에서 보조적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고성능 데이터센터, 전기차, 재생에너지 확산이 동시에 폭발하면서 전 세계는 ‘전력 인프라의 병목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기존의 발전 설비 중심 수요가 송·배전·변전 인프라까지 확장되며, 변압기·수배전반·케이블·해저전력망 등 핵심 장비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글로벌 병목의 중심에서 유독 ‘K전력’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자동차·조선처럼 ‘정밀·신뢰·납기’가 핵심인 산업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출력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여기에 중국산 장비의 글로벌 퇴출, 유럽 기업의 생산능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지금 주문해도 4년 뒤”라는 말이 업계의 현실이 되고 있다.


📈 데이터센터 폭증 → 변압기 리드타임 3~4년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구축 붐은 변압기 수요를 급격히 당겨 올렸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GPU 서버 랙 하나당 소비전력은 수백~수천 W에 이르며, 그 수백 개가 동시에 운용된다.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전압을 수용해 낮은 전압으로 변환하는 대형 변압기 + 수배전 설비가 필수다.

문제는 변압기가 ‘맞춤형 산업’이라는 것이다. 건설업처럼 재고를 쌓아두고 파는 방식이 아니라, 발주·설계·절연·권선·시험·공차 검증을 거쳐 고객 맞춤으로 생산된다. 이 과정이 길면 납기 40~50개월이 순식간에 발생한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일반 변압기 20~30개월, 대형 변압기 40~52개월이 표준 리드타임으로 자리 잡았다.

AI 데이터센터 산업이 꺼질 기미가 없는 점도 문제를 키운다. 반도체 공정이 세대별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듯, AI 데이터센터 역시 GPU 서버 전력 밀도가 2~3년마다 급상승한다. 즉, 한번 설치한 변전 시스템이 몇 년 후면 체급이 맞지 않아 재투자가 필요해진다. 이런 구조에서 변압기·차단기·모선·케이블 수요는 직선이 아니라 폭발적 지수곡선을 그린다.


⚡ 한국산이 독보적인 이유 — 신뢰성·내구성·납기

전력 장비는 반도체처럼 눈에 보이는 성능 수치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결함 0.01%’와 ‘결함 1%’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데이터센터가 단 1분 다운되면 손실은 수십억 원을 넘어가며, 금융·의료·통신 서비스의 경우 사회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글로벌 고객이 한국산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장기 신뢰성(10~30년 수명) — 권선·절연·코어 설계의 정밀도가 고장률을 현저히 낮춘다.
  • 고부가 배전 설계 — 단순 변압기뿐 아니라 수배전반·차단기·지능형 보호 계전기까지 한 체계로 공급.
  • 프로젝트 납기 능력 —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에서 그대로 생산을 유지한 소수 국가.

특히 중국산 전력 장비는 점점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해저케이블·데이터센터 장비를 보안 이슈로 제한했고, 민간 사업자들도 전력 장비 교체에서 중국 제품을 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유럽 기업은 품질에 강점을 갖지만 생산능력을 급격히 늘릴 수 없다. 이 두 흐름이 겹치며 세계는 한국을 향해 수요를 몰아주고 있다.


🏭 LS그룹의 글로벌 확장 — “공장을 짓는 속도가 수요를 못 따라간다”

LS일렉트릭, LS전선, LS 등 LS그룹은 북미·인도·해저망 등 전력 인프라의 핵심 축을 잡고 있다. LS일렉트릭은 텍사스 배스트럽(Bastrop)에 북미 사업 거점을 구축했고, 유타주 시더시티 계열사는 생산 능력을 가속한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에 1조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는 단순한 해외 판매가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하고 즉시 납품하는 전략”이다. 전력 장비는 부피·무게·운송·관세 부담이 큰 산업이기 때문에 수요 시장 근처에 공장이 있을수록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LS그룹은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북미·인도에 장기 거점을 배치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주문해도 4년 뒤 납품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글로벌 병목은 이제 구조적입니다.”


🌎 전 세계 발전시설 용량 증가 — 2030년까지 병목은 지속된다

전력 인프라 부족 현상은 단순 수요 폭증이 아니다. 이는 미래 수요의 선행 초과다. 국가마다 전력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전기차·분산전원·전력저장장치(ESS)가 모두 송전망 확충을 요구한다. 미국 EIA는 2022~2050년 글로벌 발전시설 용량이 연평균 2% 증가할 것으로 본다. 미주는 2.1%, 아시아·태평양은 2.5%로 더 빠르다.

발전량이 증가하면 송·배전 인프라는 반드시 그 이상의 속도로 깔린다. 발전소를 100GW 지어도 변압기·GIS·케이블·계전보호·배전반이 적절히 따라오지 않으면 “준공했지만 전기를 안정적으로 못 보내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 격차가 지금 세계 곳곳에서 폭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30년 이후에도 병목은 단순 해소가 불가능하다. 오히려 글로벌 제조·설치 기업은 ‘선택 권력’을 가지게 된다. 이 권력의 중심에 한국 기업이 서 있다.


🔌 K전력 산업, 다음 단계는 직류(HVDC)의 시대

신재생·고밀도 데이터센터·국가 간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려면 교류(AC)가 아닌 직류(HVDC)가 필요하다. 송전 효율이 높고 장거리·해저 구간에서 손실이 낮다. 유럽은 이미 북해 해저망, 노르웨이-독일 전력망 등 초대형 HVDC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한국 기업들은 변압기와 배전에서 시작해 HVDC 케이블·전력전자 장비까지 확장하며 ‘전력산업 대전환’의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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