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외식업 시장의 변화는 한 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밥보다 빵을 먹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한때 빵은 간식이었다. 아침 대용으로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식사의 중심’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MZ세대의 소비 행태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들은 다른 지역까지 기꺼이 이동해 유명 빵집 앞에서 1~2시간을 서성인다. 먹어본 빵 하나를 위해 줄을 서고, 인증하고, 리뷰를 남긴다. 이 ‘빵지순례’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경제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 10년 만에 시장 규모 80% 상승… 커피·베이커리 소비 폭발
빵지순례 열풍이 진짜인지 확인하려면 결제 데이터를 보면 된다. 커피·베이커리·패스트푸드 업종의 국내 결제 추정액은 최근 10월 기준 1조 원을 훌쩍 넘겼다. 외식업 전체에서 유일하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카테고리다.
더 놀라운 점은 장기 추세다. 2015년 7조원대였던 연간 카드 결제액은 2025년 12조 원대로 예상된다. **10년 사이 80% 이상 상승**, 거의 두 배다. 이 정도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이다.
이는 한국인의 식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 “밥이 보약”이었던 시대에서, 지금은 “소소한 만족을 주는 디저트”가 일상적 에너지 충전 방식이 되었다. 출근길 카페, 주말 브런치, 여행지 빵집 탐방이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 빵이 간식에서 ‘식사’가 됐다…새로운 유형의 빵이 수요를 만든다
빵지순례의 중심에는 단순한 ‘빵맛’ 이상의 개념이 있다.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은 “경험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특별한 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이글·소금빵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이나 특정 도시에서만 보이던 메뉴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베이커리 브랜드가 직접 해외 제과 트렌드를 들여오고, 지역 상권에서 고급 소재를 활용한 빵을 내놓으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변화는 실제 공급 데이터에도 반영된다. 국내 프랑스산 밀가루 수입량은 2020년 이전 연간 3000톤 미만이었지만 최근 5000톤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즉, 소비자가 “더 비싸더라도 질 좋은 빵”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베이커리 업계는 이미 알고 있다.
🌍 지역 빵집이 관광지가 되다
서울만의 이야기라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성심당(대전), 옵스(부산), 이성당(군산), 삼송빵집(대구), 매머드베이커리(안동) 같은 지역 베이커리는 이미 관광 자원이다. 주말이면 지방 도시의 골목길을 수백 미터씩 줄이 감싸며, 여행 코스에서 빵집이 핵심 목적지가 된다.
이는 한국 소비자 특유의 ‘집단 경험 공유 문화’와 연결된다. SNS 후기가 곧 큐레이션 시스템이 되고, 인기 빵집은 곧 성지(聖地)가 된다. 대기 시간 2시간은 이 문화 안에서는 오히려 “재밌는 스토리”가 된다.

🏢 2020년 이후 등장한 ‘동네 프리미엄 베이커리’
2000년대는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체인 베이커리의 시대였다. 가성비와 접근성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 이 구조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동네 프리미엄 베이커리’가 하나둘 등장하더니 이제는 시장의 중심을 흔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 상업용 공장 빵이 아닌 **직접 발효·직접 구움**
- 프랑스산 버터, 유럽산 밀가루 등 **재료 고급화**
- 매장 자체를 **경험 공간**으로 설계
- 한정 메뉴·특정 시간 판매로 **심리적 희소성** 극대화
많은 제빵사와 R&D 인력이 일본·프랑스 제과학교에서 유학 후 돌아와 창업했고, 이들의 기술이 동네 단위로 퍼지고 있다. 한국 베이커리가 크게 ‘프랑스파’와 ‘일본파’로 갈리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성장 뒤엔 ‘양극화’라는 그림자
시장 성장은 모든 업자에게 축복이 아니다. 빵집의 총량은 이미 과잉 상태다. 현재 국내 빵 판매업체는 약 3만7000개로 추정된다. 5년 전 2만여 개에서 80% 이상 증가했다. 매년 4000개씩 신규 등록되며, ‘빵집 붐’은 과열 양상으로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결제액이 늘어도 **객단가는 떨어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10년 전 제과·커피 업종의 1건당 평균 결제 금액은 약 1만 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약 9700원으로 감소했다. 비싼 빵에 대응해 1000~2000원대의 저가 베이커리 체인이 등장하면서 소비가 분산되고 있다.
결국 이미 유명한 곳은 더 유명해지고, 일반 동네빵집은 고객을 잃는 양극화가 심화된다. “고급베이커리 전략을 택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이다.
📚 정리 — 단순한 유행이 아닌 문화, 경제, 경험의 결합
빵지순례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MZ세대는 멀리 이동하고, 기다리고, 인증하며 경험을 소비한다. 빵은 그 경험의 매개체이며, ‘맛있는 빵’은 하나의 보상이다.
그 결과 베이커리·커피 시장은 **10년 동안 가장 강력한 외식 성장 카테고리**가 되었고, 여전히 상승세에 있다.
앞으로 이 트렌드는 더 다양해질 것이다. 고급화, 지역화, 브런치 카페의 라이프스타일 결합, 그리고 디저트의 엔터테인먼트화까지. 소비자는 경험을 찾고, 시장은 그 경험을 만들어낸다. 한국식 베이커리 문화는 이제 글로벌 트렌드를 수입하는 단계를 넘어, 다시 세계를 향해 수출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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