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커피 시장에서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침 출근길 테이크아웃, 점심 식사 후 카페, 저녁 한잔의 디카페인까지… 한국인의 하루는 커피와 함께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즐기던 커피 가격이 가까운 시일 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한두 원두 산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상이변·재고 소진·환율 상승이 동시에 겹친 복합 위기다.
글로벌 아라비카 가격, 1년여 만에 최고 수준 접근
국제 원두 가격이 흔들리면 한국 커피 시장은 거의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근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기준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파운드당 3.7~4.2달러 구간에서 움직이며 역대 최고가인 4.32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7월 초 2.78달러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5개월도 안 돼 37% 이상 급반등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반등이 아니다. 시장이 “가격이 내려갈 이유가 없다”라고 판단할 만큼 공급 불안이 심각하다. 특히 품질이 좋고 프리미엄 카페·스페셜티 시장에서 선호되는 **아라비카 종**이 크게 오르면서 고급 원두를 사용하는 브랜드일수록 타격이 크다.
브라질·베트남의 ‘최악의 날씨’…커피 수확 직격탄
커피 공급 문제의 핵심은 **기상이변**이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은 2025년 작황에서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아 체리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베트남은 폭우로 수확 작업 자체가 어려워졌다. 즉, 두 핵심 산지가 정반대의 악조건을 동시에 맞으며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다.
커피는 한 해 실패하면 다음 해까지 영향이 이어진다. 특히 브라질은 **투사투라(Tsatura) 생산 주기**가 있어 풍년·흉년이 번갈아 발생하는 구조인데, 여기에 기후 스트레스가 겹쳐 회복 속도가 더디다. 결국 “다음 시즌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글로벌 재고는 1년 7개월 최저…‘없는 물건’을 사는 시대
ICE 집계 기준 아라비카 재고는 최근 40만 포대 미만으로 떨어져 1년 7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부스타 재고도 6개월 최저 수준이다. 이 정도면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실제 ‘재고 고갈’ 국면**이다. 공급선이 막히면 보통 소비가 줄어 가격이 안정되는데, 커피는 다르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쉽게 끊지 않는다.
즉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 가격이 안정된다”는 경제학 교과서가 커피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처럼 커피 소비량이 높은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개인은 커피를 줄이지 않고, 기업은 어쩔 수 없이 고가 원두를 사들인다. 가격을 전가하지 못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결국 일부 브랜드는 메뉴 가격을 올린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는 ‘이중고’…원두·환율 둘 다 폭등
국내 카페 업계는 보통 3~6개월치 재고를 미리 확보한다. 문제는 이번 급등이 재고 소진 시점과 정확히 겹쳤다는 점이다. 여름에 낮은 가격에 쌓아둔 물량이 소진되고 나면, 이제 높은 가격에 새 재고를 사야 한다. 여기에 환율 부담까지 더해진다.
7월 초 원두 가격이 바닥일 때 원/달러 환율은 약 1370원이었다. 현재는 1470원대까지 올라섰다. 원자재는 달러로 결제되므로 원두가 비싸진 만큼 환율이 추가 부담이 되어 **실제 체감 수입단가는 훨씬 더 높아진다.** 프랜차이즈, 로스터리, 개인 카페 모두 동일하게 영향을 받는다.
왜 소비자는 커피를 끊지 않을까?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현대인의 루틴, 업무 효율, 감성 소비가 결합된 복합적인 ‘일상 경험’이다. 대체재가 있더라도 커피만큼 감각적 만족을 주는 상품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커피 시장은 수요 탄력성이 낮다고 평가된다. 즉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는 쉽게 줄이지 않는다.
브랜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에 단번에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대신 메뉴 개편, 원두 블렌딩 변화, 중량 축소, 대체 원산지 사용 등 간접적 조정을 시도한다. 우리가 “맛이 변했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런 조정의 결과일 때가 많다.

‘커피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전망은 단순하지 않다. 수급이 개선되려면
① 산지 기상 정상화
② 재고 회복
③ 환율 안정
이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고비용 구조는 쉽게 유지된다.
또한 스페셜티 시장 확대, 고급 로스팅 수요 증가, 홈카페 문화 확산 등 구조적 수요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결국 “가격은 높아지고, 소비는 유지되는” 역설적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가격 시대**가 커피 업계를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커피 가격이 오르더라도 현명한 소비 전략은 존재한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쿠폰·앱리워드 활용, 원두 공동구매, 캡슐 커피 할인 시즌, 드립백 정기구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재고가 높은 시기인 ‘추수 후 시즌’(통상 1~2분기)에 원두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점을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인 카페는 원두 블렌딩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단가 대비 수익성이 높은 음료(콜드브루·에스프레소 기반)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메뉴 가격 인상 대신 사이즈 변화나 음료 구성 조정으로 심리적 저항을 줄이는 방식도 현실적이다.
정리
커피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현대 생활의 문화다. 그러나 재고 감소·기상이변·환율 상승이라는 3중 악재가 커피 가격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소비자와 업계 모두가 “이번 상승은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니다”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고비용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는 커피를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개인의 생활 전략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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