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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쿠팡 상담원에게 날아온 540만 원 청구서
지난 5월, 쿠팡 고객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던 A 씨는
배송 지연 문제로 격분한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정중히 안내했지만, 돌아온 건 “시끄러워 XX”, **“그따위로 장사하냐”**는 폭언이었다.
A 씨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SNS(스레드)에
“상담원도 사람이다. 욕설은 그만해 달라”는 글과 함께
통화 녹음 파일 일부를 올렸다.
고객의 이름, 상품명, 전화번호는 모두 묵음 처리했고,
음성 변조까지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게시물은 쿠팡과 하청회사의 규정 위반으로 간주됐다.
며칠 뒤 그는 계정이 정지되고, 사실상 해고됐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회사로부터 내용증명 한 통이 도착했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로 540만 원의 페널티를 부과했으니,
그 손해를 당신이 모두 배상하라.”
2. ‘경고용 내용증명’이었다는 회사 해명
회사 이름은 KS한국고용정보, 쿠팡의 고객센터 하청업체다.
그들은 “실제 구상권 청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지 경고 차원에서 보낸 문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내용증명에는
정확한 금액(5,398,292원), 입금 계좌 번호,
7일 내 미납 시 법적 조치 경고 문구까지 포함돼 있었다.
단순한 ‘주의 조치’라 보기엔 너무 구체적이었다.
A 씨는 “진짜 돈을 내야 하는 줄 알고 며칠을 잠도 못 잤다”며
“경고라면서 왜 계좌번호까지 써놨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3. 문제의 시작은 “경위서 문구 한 줄”
사건의 발단에는 **관리자의 ‘경위서 지시’**가 있었다.
A 씨는 SNS에 올린 뒤 사내 면담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향후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직접 자필로 적게 강요받았다.
당시 관리자는 “필수 문구”라며
“지금까지 실제로 구상권을 청구한 적은 없다”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문장이 훗날 법적 근거로 이용된 셈이다.
노동전문 변호사는 이 부분을 두고
“근로계약 관계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책임 동의서를 요구하면
근로기준법 제20조(손해배상 예정의 금지)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4. 감정노동의 현실 — 한 달 평균 욕설 11회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콜센터 상담원들은 한 달 평균 11.6회 폭언을 듣는다.
욕설, 성희롱, 협박 등 정서적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으로 인해 근로자에게 건강장해 우려가 있을 때
회사는 반드시 다음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 휴게시간 연장
- 심리상담 또는 치료 지원
- 폭언 가해자에 대한 법적 대응 지원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 법이 **“종이 위의 권리”**에 그친다.
상담원이 욕설을 듣고 전화를 끊으면 “서비스 불량”으로 평가받고,
참다가 멘탈이 무너지면 “직무 부적합”으로 퇴출된다.
A 씨 역시 폭언을 수차례 제지한 뒤 통화를 종료했지만,
그 결과는 보호가 아닌 징계와 해고였다.
5. 개인정보보호법 논란 — 어디까지가 ‘유출’인가
회사는 A 씨의 행위를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고객의 이름, 연락처, 음성 등
식별 가능한 정보는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법적 유출로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음성이 변조되었고 식별 가능성이 없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개인정보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다만, 녹음 파일의 원본이 복구될 가능성이 있거나
쿠팡 상담 절차 자체가 외부에 노출된 점은 회사 보안규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결국 A 씨의 잘못은 ‘감정 표현 방식’의 부적절함이지,
법적 위반이라 보기에는 과도한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야.
6. 기업 책임의 회피, 구조적 문제
쿠팡과 같은 대형 플랫폼은
고객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하청과 도급 계약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이 구조는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하청 → 개인”**으로 떠넘길 수 있게 만든다.
원청인 쿠팡은 패널티만 부과하고,
하청은 그 금액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책임의 사슬”**이 완성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540만 원은 쿠팡 한 달 광고비의 1초 분량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하지만 상담원에겐 한 달 월급의 두 배였다.
7. 노동 전문가의 제언
법무법인 마중의 김용준 변호사는
“이 사건은 회사가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한 결과이자,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손상을 예방하지 못한 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회사는 손해배상보다 먼저 근로자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8. 결론 — 상담원 인권은 ‘비용’이 아니라 ‘기반’이다
쿠팡은 대한민국 최대의 이커머스 기업이지만,
이번 사건은 그 화려한 성장 뒤에 감춰진 노동의 불평등을 보여준다.
A 씨가 SNS에 올린 글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었다.
“우리도 사람이다. 욕하지 말아 달라.”
그 한마디에 담긴 절규는 한국 콜센터 산업 전반의 현실을 비춘다.
회사가 진정한 고객 만족을 원한다면
먼저 상담원의 존엄과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부터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진짜 ‘고객 중심’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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