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오면 뼈를 부숴놓는 것 같다고 해서 ‘육식의 벌’이라 불리는 병, 바로 통풍입니다. 발가락 관절이 벌겋게 붓고, 이불만 스쳐도 비명이 나온다는 그 통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질환이죠. 그런데 이 통풍의 열쇠가 2000만 년 전 우리가 잃어버린 유전자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연구진이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인류가 과거에 잃어버린 ‘유리카제(uricase)’ 유전자를 다시 작동시키자, 통풍의 원인인 요산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고대 유전자 복구”로 통풍을 정면 돌파해 보려는 시도인 셈이죠. 아직 사람에게 직접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지만, 미래 통풍 치료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꿀지도 모를 실험이라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통풍은 왜 이렇게 아플까? 핵심은 ‘요산’
통풍은 간단히 말해 요산(Uric acid)이 너무 많이 쌓여 생기는 관절염입니다. 요산은 원래 우리 몸이 퓨린(고기, 내장, 술 등에 많은 성분)을 분해하면서 당연히 만들어내는 노폐물인데, 보통은 소변으로 잘 빠져나갑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 요산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 신장이 제 역할을 못해 잘 배출되지 않을 때
혈액 속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바늘처럼 뾰족한 요산 결정이 관절에 쌓입니다. 이 결정들이 관절 안에서 면역세포를 자극하면서 심한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통풍 발작입니다. 발가락, 발목, 무릎 등을 자다가 갑자기 “불에 덴 것처럼” 아프게 만드는 주범이죠.
게다가 통풍은 관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요산혈증은 신장 결석, 만성 콩팥병, 고혈압, 대사증후군과도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그래서 요산 수치를 관리하는 것은 통풍 예방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관리의 중요한 축이기도 합니다.

인간에게만 없는 효소, 유리카제(uricase)의 비밀
이번 연구의 주인공은 유리카제(uricase)라는 효소입니다. 이 효소는 혈액 속의 요산을 더 잘 녹는 다른 물질로 바꾸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동물은 유리카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인간과 유인원(침팬지, 오랑우탄 등)만 이 유전자가 꺼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유전자를 비교해 본 결과, 약 2000만~2900만 년 전 우리 조상에게서 유리카제 유전자가 기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한 hypothesis(가설)는 이렇습니다.
- 옛날 영장류는 과일을 많이 먹는 생활을 했다.
- 과일의 과당(fructose)을 지방으로 저장하는 데 높은 요산 수치가 도움이 됐을 수 있다.
- 당시에는 음식이 늘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잘 저장하는 쪽이 생존에 유리했다.
즉, 과거에는 “요산이 조금 높은 몸”이 살기 유리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음식이 넘치는 시대에는 오히려 독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고대 유전자를 다시 켠 연구…CRISPR로 유리카제 복원
연구진은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사라졌던 유리카제 유전자를 현대 인간의 간세포에 다시 넣어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이 더 이상 만들지 않는 효소를 유전자 수준에서 다시 만들게 한 것”입니다.
실험은 단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 진화학적 분석을 통해 옛날 영장류가 가지고 있던 ‘고대 유리카제’ 유전자를 재구성.
- 이 유전자를 인간 간세포에 넣고, 요산 분해 능력이 생기는지 관찰.
- 이후 단순 세포 배양이 아닌 3D 간 스페로이드(입체 조직 모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
그 결과는 꽤 인상적입니다.
- 유리카제가 활성화된 세포에서는 요산 수치가 낮아졌고
- 과당으로 인해 지방(트리글리세리드)이 과도하게 쌓이는 현상이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유리카제가 세포 내에서 퍼옥시좀(peroxisome)이라는 특정 공간으로 이동해 작용하는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효소가 세포 안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며 작동했다는 뜻으로, 향후 실제 생체 내(in vivo) 실험에서도 안전하게 기능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통풍 치료의 판을 바꾸는 기술이 될까?
현재 통풍 치료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됩니다.
- 통풍 발작 시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콜히친
- 요산 생성을 줄이는 알로퓨리놀, 페북소스타트 같은 약
- 요산 배출을 도와주는 약물과 생활습관 교정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약이 잘 듣는 것은 아니며, 일부 환자는 피부 발진, 간 기능 이상, 심혈관계 부작용 등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약을 지속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치료법이 늘 필요했죠.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이 원래 갖고 있던(그러다 잃어버린) 시스템을 되살려 요산을 원천에서부터 줄이자”는 관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만약 이 유전자 치료가 사람을 대상으로도 안전하게 작동한다면, 지금처럼 평생 약을 먹는 방식이 아니라 한 번의 유전자 치료로 요산 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완전히 새로운 통풍 관리 시대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세포·조직 수준의 초기 연구 단계라는 점,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안전성·윤리·장기 효과 검증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당장 내일 통풍 유전자 치료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고요산혈증은 통풍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통풍을 넘어 다른 질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합니다. 혈중 요산이 높은 고요산혈증은 다음과 같은 질환과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고혈압
- 비만·대사증후군
-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 신장 결석·만성 신장병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1/4~1/2은 요산 수치가 높은 편이고, 새로 고혈압 진단을 받는 사람들에서는 그 겹치는 비율이 90%까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요산을 잘 관리하는 것은 통풍 한 가지 질환을 넘어서 전신 건강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앞으로 유리카제를 활용해 요산을 보다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 통풍뿐 아니라 고혈압·비만·지방간 등 현대인의 만성질환 여러 가지에 동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통풍·요산 관리법
유전자 치료는 아직 먼 미래 이야기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요산을 낮추고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는, 잘 알려져 있지만 지키기 어려운 기본기들입니다.
- 술, 특히 맥주·소주·과당 들어간 술 줄이기 : 알코올과 과당은 요산 생성을 늘리고 배출을 방해합니다.
- 내장류·육수·기름진 고기·튀김 과다 섭취 피하기 : 퓨린이 많은 음식은 요산을 급격히 올립니다.
- 물 충분히 마시기 : 요산이 소변으로 잘 배출되도록 돕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 체중 관리와 꾸준한 운동 : 비만은 통풍·고요산혈증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입니다.
- 정기적인 혈액검사 : 통풍 발작이 없더라도 요산 수치가 높다면, 미리 생활습관·약물 치료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통풍 진단을 받은 분이라면, 스스로 약을 중단하거나 임의로 줄이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조절해야 합니다. 유전자 치료 뉴스가 있다고 해서 지금 쓰는 약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정리: 고대 유전자에서 찾는 미래 의학
이번 연구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유리카제 유전자를 다시 켜 보았더니, 요산이 줄고 지방 축적이 억제되더라.”
지금 당장의 통풍 치료제는 아니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이 통풍·고요산혈증·대사질환 치료에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소식입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긴 역사와 타협의 결과물입니다. 과거엔 생존에 유리했던 특성이 지금의 생활환경에서는 오히려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이번 통풍·유리카제 연구는 그 모순을 유전자 수준에서 되돌려 보려는 첫 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다만, 이런 미래 의학의 가능성과 내가 오늘 당장 해야 할 생활습관 관리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과학 뉴스에 설레는 마음을 갖되, 지금 당장은 내 식습관, 체중, 음주 습관, 혈액검사 결과를 한 번 더 돌아보는 것, 그게 통풍과 고요산혈증을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썸네일 ALT 텍스트: “통풍으로 발가락 관절을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요산·유전자 이중나선을 함께 표현한 일러스트”
Q&A. 통풍과 요산, 그리고 유전자 치료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통풍은 왜 이렇게 갑작스럽고 강한 통증이 생기나요?
통풍 발작은 관절 안에서 요산 결정이 면역세포를 자극하면서 심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결정이 관절을 긁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2. 왜 인간에게만 유리카제(uricase) 효소가 없나요?
유리카제는 대부분의 동물에게 있지만 인간과 유인원에게만 없습니다. 약 2000만 년 전, 과일을 많이 먹던 조상들이 에너지를 지방으로 더 잘 저장하기 위해 유리카제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가설이 유력합니다. 당시에는 생존에 유리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요산 축적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Q3. 유전자 치료로 통풍을 완치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CRISPR 기반 유리카제 복원 연구는 매우 초기 단계입니다. 현재는 인간 간세포와 3D 조직 실험에서 성공한 상태이며, 사람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안전성·윤리·장기효과 검증이 필요합니다. 가능성은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치료제 출시” 수준은 아닙니다.
Q4. 요산 수치가 높으면 꼭 통풍이 생기나요?
요산 수치가 높다고 모두 통풍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요산혈증은 통풍뿐 아니라 고혈압, 신장병, 대사증후군 등 여러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정기적인 관리는 필수입니다.
Q5. 통풍이나 고요산혈증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음식은 무엇인가요?
내장류, 육수, 곱창, 새우·멸치 등 퓨린이 많은 식품과 맥주·소주·과당이 많은 술은 요산을 급격히 올립니다. 특히 맥주는 통풍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Q6. 요산 수치를 빠르게 낮추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식단 조절,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 운동이 핵심입니다. 이미 통풍 진단을 받았다면 약물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오히려 발작 위험이 더 커집니다.
Q7. 유리카제 유전자 치료가 상용화되면 약을 안 먹어도 되나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직은 실험 단계입니다. 실제로 상용화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맞는 치료가 될지는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현재로서는 기존 약물·생활습관 관리가 최선의 치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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