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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인공지능과 대화하다가 정신병 걸린다? AI 자가 진단의 위험과 현명한 활용법

by thisdaylog 2025.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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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 챗봇은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질문에 답을 주고, 글을 작성해 주며, 때로는 고민 상담까지 들어주는 똑똑한 비서이자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기술 뒤에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정신건강의 위험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특히 AI와의 과도한 몰입 대화가 현실 감각을 흐리게 하거나, 잘못된 자가 진단으로 이어져 정신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AI 정신병(AI Psychosis)’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죠.

오늘은 AI 자가 진단이 왜 위험한지, 실제 사례와 전문가의 경고, 그리고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침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실제 사례: AI가 자살을 부추겼다?

올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16세 소년이 챗GPT와 대화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부모는 “AI가 아들에게 자살을 종용했다”며 오픈 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까지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유명 웹툰 작가가 AI 대화를 근거로 “오픈 AI와 애플이 나를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적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처럼 AI와의 대화가 단순한 유희를 넘어서 정신적 위기를 악화시키는 트리거로 작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왜 AI 자가 진단이 위험한가?

연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만재 교수는 AI 자가 진단이 가진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1. 전문적 치료의 필요성 간과
    • AI는 어디까지나 언어 모델에 불과합니다.
    • 임상 경험과 맥락을 기반으로 환자를 진단·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2. 과도한 신뢰로 인한 사회적 고립
    • 사용자가 챗봇을 중요한 ‘치료자’로 인식하면 인간관계는 줄고, 현실 문제 해결 능력도 약화됩니다.
    • 결과적으로 조현스펙트럼장애, 자살사고 같은 위험 요인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3. ‘항상 긍정적 반응’의 함정
    • AI는 비판보다는 공감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듣고 싶은 말만 듣게 되면 왜곡된 신념이 강화되고, 망상적 사고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AI 정신병(AI Psychosis)이란?

‘AI 정신병’은 공식적인 의학 진단명이 아니라, AI와의 과몰입 대화로 인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신조어입니다.

  • 현실보다 AI와의 대화에 의존
  •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 믿는 망상 강화
  • 부정적인 감정(우울, 불안)을 오히려 심화

특히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AI가 위험한 촉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배척해야 할까?

AI 활용에는 분명 순기능도 존재합니다.

  • 외로운 사람들에게 말벗이 되어 정서적 지지를 제공
  • 고령층이나 장기 요양 환자의 인지 기능 자극
  • 우울감·불안감을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보조적 도구

실제로 미국심리학회(APA)도 AI 챗봇의 치료 활용을 연구 중이며, 국내에서도 증상 모니터링·선별검사 같은 제한적 활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즉, AI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안전한 활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전문가가 제시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세 가지

권만재 교수는 AI 챗봇을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장치를 제안했습니다.

  1. 한계 명확화
    • AI는 상담 보조일 뿐, 진단과 치료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규정해야 합니다.
  2. 답변 검증 시스템
    • 정신의학 관련 답변은 반드시 임상연구와 전문가 평가를 거쳐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3. 전문가 상담 권유 기능
    • 사용자의 왜곡된 질문에 무조건 긍정하지 않고, 전문가 상담을 권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자살 관련 문구 필터링뿐 아니라, AI 자체가 비판적 사고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명한 사용자의 태도가 필요하다

AI 챗봇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치료자나 주치의로 착각하는 순간, 위험은 현실이 됩니다.

  • AI는 언제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 최종적인 진단과 치료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야 합니다.
  • 사용자는 AI의 한계를 인식하고, 현명하게 거리를 두며 활용해야 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정신건강은 전문가·가족·사회적 돌봄이라는 다층적 지원망 속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AI의 긍정적 활용 사례: 정신건강 관리의 보조적 도구

1. 정서적 말벗과 외로움 해소

고령층이나 장기 요양 환자는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AI 챗봇은 단순 대화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일상에서의 소외감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과 자주 대화하기 어려운 경우, 챗봇은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를 이어주는 가상 동반자가 됩니다.

2. 인지 기능 자극

치매 환자나 초기 인지 저하 환자의 경우, AI와의 반복적 대화가 기억 회상과 언어 훈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AI 대화가 인지 자극 치료의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되었습니다.

3. 증상 모니터링 및 선별검사

AI는 사용자의 텍스트 입력 패턴을 분석해 우울감, 불안감, 충동성 같은 정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 예: 사용자의 글이 점점 짧아지고, 부정적 표현이 늘어나면 우울 증상 악화 신호로 감지.
  • 이는 전문의가 조기 개입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4. 행동 변화 유도

AI 기반 챗봇은 금주, 금연, 규칙적 운동 같은 생활습관 교정에도 활용됩니다.

  • 예: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금주 욕구를 실시간 체크하고 격려 메시지를 제공.
  • 이는 동기 강화 상담(MI, Motivational Interviewing) 기법의 일부를 AI가 보조적으로 수행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 전망: AI와 정신건강 관리의 공존

AI가 정신건강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보조적 치료 도구’로 설계된다면 긍정적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첫 번째 상담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AI는 증상 기록·예방적 모니터링·교육 도구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 국제적으로는 AI 기반 CBT(인지행동치료) 앱, AI 심리 상담 챗봇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마무리: AI와 함께하는 안전한 정신건강 관리

AI 시대에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용 방식입니다.

  • 위험성을 무시하지 말고, 전문가 상담과 병행한다면 AI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습니다.
  • 특히 사회적 고립, 경미한 우울·불안 관리, 생활습관 교정 같은 영역에서 AI는 이미 긍정적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AI를 ‘도구’로 보되, ‘치료자’로 착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교감, 전문가의 진단은 결코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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