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등장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AI가 직접 발견한 신약이 상용화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수많은 AI 기반 신약 스타트업들이 등장했지만, 아직은 임상 시험을 통과해 시장에 출시된 결과물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AI는 지난 10년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약 개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
신약 개발은 단순히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우주 탐사에 이어 실패율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힙니다.
- 인간 생물학의 복잡성: 아직 세포 간 상호작용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부작용 최소화의 어려움: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는 물질도, 다른 부위에는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 높은 임상 실패율: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약물 후보조차 임상 시험에서 약 90% 이상 실패합니다.
즉, AI 알고리즘의 문제를 넘어, 현실 생물학적 한계와 맞서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제입니다.
지난 10년간 AI 신약 스타트업의 현실
2010년대 중반부터 BenevolentAI, Exscientia 등 여러 AI 신약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으며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상용화된 신약을 내놓지 못한 채 일부 기업은 상장 폐지되거나 합병되는 등 부침을 겪었습니다.
초기에는 AI 학습용 데이터셋도 충분치 않았습니다.
- 서로 다른 수천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정제하는 데 막대한 시간이 걸렸고,
- 결국 AI가 찾아낸 후보 물질 대부분은 기존에 알려진 약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도 회수 압박을 느꼈고, **AI 신약 개발은 "말뿐인 혁신"**이라는 회의론도 커졌습니다.
전환점 ① 알파폴드(AlphaFold)의 등장
상황이 바뀐 첫 번째 계기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입니다.
2021년 공개된 알파폴드는 단백질 접힘(folding) 구조를 예측하는 획기적 모델이었습니다.
- 방대한 단백질 데이터베이스 활용
- 기존 알고리즘 개발보다 빠르고 정확한 구조 분석
- 약물 표적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향상
특히 알파폴드는 범용 생물학 알고리즘으로 불릴 만큼 파급력이 컸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을 통해 과학자들이 신약 후보 물질을 설계하는 속도를 크게 앞당겼습니다.
전환점 ② 생성 AI(Generative AI)의 폭발적 성장
두 번째 전환점은 바로 생성 AI입니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기술은 텍스트, 이미지뿐 아니라 분자 구조 설계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하던 작업을 이제 AI가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 신약 후보 물질의 화학 구조 설계
- 분자의 결합력 및 독성 예측
- 환자별 맞춤형 복용량 추정
이처럼 생성 AI는 연구자들의 수고를 줄이고, 신약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이제 시작"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 AI가 아직 출발선에 서 있다고 평가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위해서는 알파폴드 같은 획기적 발견이 5~6개 이상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 단백질-분자 결합 강도 예측,
- 약물이 체내 여러 부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이해,
- 환자 개개인의 대사·복용량까지 고려하는 모델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감안하면, 또다시 수년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시 커지는 투자와 기대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 알파폴드 이후 AI 신약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 구글 자회사 이 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는 아직 임상 단계에 들어선 신약이 없지만, 2025년 투자 라운드에서 6억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앞으로 몇 년, 아니 몇 달 안에 신약 개발 기간을 1년 이내로 줄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알파폴드의 더 진보된 버전"이 곧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AI와 신약 개발의 결합
- 긍정적 전망
- AI는 분명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일 도구가 될 것입니다.
- 특히 단백질 구조 분석, 약물 설계, 독성 예측 분야에서 연구자들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신중한 접근 필요
- 신약 개발은 단순한 데이터 문제가 아니라, 실제 인간의 생물학적 복잡성에 맞닥뜨려야 합니다.
- AI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임상 시험이라는 마지막 관문은 여전히 높은 실패율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 투자와 규제의 균형
- 지나친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동시에 투자와 정책 지원 없이는 AI 신약 혁신이 본격화되기 어렵습니다.
결론: "AI 신약 개발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
AI가 신약 개발에 적용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성과가 없는 이유는 기술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 생물학의 복잡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알파폴드와 생성 AI의 등장은 분명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AI가 실제 임상 시험 단계까지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면, 인류는 신약 개발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성급한 결론보다, 이제 막 시작된 여정에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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