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팀이 부모가 촬영한 1분짜리 영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위험을 예측하는 AI 진단 도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영상 한 편을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4초. 정확도는 75%에 달하며, 만 2세 이전 조기 개입 가능성을 대폭 높일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 자폐 조기 진단, 왜 중요한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반복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다. 세계적으로 약 6000만 명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국내 아동의 약 2%가 진단받는다. 문제는 진단 시점이다. 현재 국내 평균 진단 연령은 3.5세 이후이며, 실제로는 1~2년의 대기 기간이 더해진다. 이로 인해 가장 효과적인 개입 시기인 만 2세 이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긴 대기와 높은 비용으로 조기 진단이 늦어지는 현실에서 부모와 임상가가 협력해 쉽고 빠르게 자폐 아동을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1분짜리 영상으로 자폐 위험을 예측하는 AI
연구팀은 생후 18~48개월 아동 510명을 대상으로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중 자폐 아동은 253명, 정상 발달 아동은 257명이었다. 부모는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촬영했다.
촬영 과제는 세 가지였다:
- 아이 이름을 부르고 반응 보기
- 간단한 모방 행동(예: 손 흔들기)
- 공 주고받기 놀이
영상은 모바일 앱으로 연구팀에 전송되었고, AI는 영상 속 음성·눈 맞춤·몸 움직임·공의 궤적을 추적했다. 이후 AI가 자동으로 반응 속도, 눈맞춤 시간, 부모 개입 횟수, 상호작용 지속시간 등을 수치화해 분석했다.
⚙️ AI 모델의 정확도는 75%…14초 만에 분석
세 가지 과제를 각각 분석했을 때 정확도는 73~75%였으며, 이를 종합한 ‘앙상블 모델(ensemble model)’의 평균 정확도는 75%로 가장 높았다. AI가 놓친 대부분의 사례는 증상이 경미한 경계선 아동으로 나타났다.
또한 AI가 한 편의 영상을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초에 불과했다. 즉, 부모가 1분 이내로 영상을 찍으면 1분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긴 대기 시간이 필요한 환경에서도 조기 선별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열었다.
🩺 기술 원리 – 행동 데이터를 ‘언어’로 해석하는 AI
AI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수준이 아니다. 영상 속 인물의 17개 관절 좌표, 음성 패턴, 공의 움직임 궤적 등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그 후 ‘눈 맞춤 지속 시간’과 ‘부모 개입 횟수’를 변수로 삼아 AI 모델이 자폐 위험 확률을 산출한다.
이는 기존의 설문 기반 검사보다 훨씬 객관적이며, 언어 발달이 느린 아동이나 낯선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아동에게도 정확한 분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세계 최초의 자동화 자폐 선별 도구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 김영곤 융합의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천근아 교수 등 국내 9개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AI 기반 자폐 선별 연구로는 세계 최초의 성과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파트너 저널인 npj Digital Medicine에 게재됐다.
김영곤 교수는 “부모가 집에서 찍은 짧은 영상만으로 자폐를 조기 선별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자동화 도구를 마련했다”며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 AI 진단이 바꿀 미래
이 기술은 아직 ‘의료 진단’보다는 ‘조기 선별 도구’ 단계다. 하지만 접근성은 압도적이다. 병원 예약, 검사 대기, 상담까지 수개월이 걸리던 과정을 가정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진단이 의료진의 역할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의심 사례를 먼저 걸러내고, 의사가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는 ‘AI 보조 진단 시스템’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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