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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남편이 젊은 여자와 애를 낳았네요”…막장드라마 주인공이 된 나무의 정체

by thisdaylog 202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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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만 들으면 흔한 막장 드라마입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아내를 두고,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은 남편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가 사람이 아니라 나무의 이야기라면 어떨까요. 게다가 그 나무가 조선 왕조의 시간을 온몸으로 버텨낸 문화재라면 말이죠.

오늘의 주인공은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 서 있는 소나무, 바로 정이품송입니다.

“남편이 젊은 여자와 애를 낳았다” 문구와 소나무 실루엣이 강조된 생명·역사 스토리형 뉴스 썸네일 이미지


장관급 벼슬을 받은 유일한 나무

정이품송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조선 시대 정 2품, 오늘날로 치면 장관급 벼슬을 받은 소나무라는 뜻이죠.

이 전설의 배경에는 조선 제7대 왕 세조가 등장합니다.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평생 ‘정통성 콤플렉스’를 안고 살았던 인물입니다.

불안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세조가 택한 카드는 불교였습니다. 숭유억불이 국시였던 조선에서, 왕이 직접 절을 짓고 시주를 다녔다는 건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가가 걸리겠구나” 그리고 벌어진 기적

전설에 따르면 세조가 법주사를 향하던 길, 울창한 소나무 가지가 어가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때 세조가 한마디 했다고 전해집니다. “어가가 나무에 걸리겠구나.”

그러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렸다는 것이죠.

이를 기특하게 여긴 세조는 이 소나무에 정 2품 벼슬을 내렸고, 그때부터 이 나무는 ‘정이품송’으로 불리게 됩니다.

물론 조선왕조실록에는 이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를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자연마저 나를 인정했다”는 메시지였다는 거죠.


600년을 버틴 나무, 결국 늙다

전설이든 아니든, 정이품송은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까지.

그러나 나무도 생명입니다. 수령 600년을 넘기자 태풍과 폭설에 가지가 부러지고, 생명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사람들은 고민했습니다. “이 나무의 후손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정실부인 등장, 정부인송

마침 정이품송에서 20리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가지가 넓게 퍼져 마치 어머니의 품 같다고 하여 사람들은 이 나무를 정부인송이라 불렀습니다.

정이품송의 ‘아내’로 불리던 이 나무와의 교배가 시도됐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두 나무 모두 너무 늙어 있었던 겁니다.


결국 젊은 여자와…미인송

산림청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01년, 강원도 삼척에서 젊고 건강한 소나무를 찾습니다.

이름하여 미인송. 말 그대로 용모가 빼어난 소나무였습니다.

정이품송은 정실부인이 있음에도 젊은 미인송과 교배를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술렁였습니다. “정실 두고 첩 들이냐”는 말까지 나왔죠.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후계목이 탄생했고, 지금도 서울 홍릉숲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막장 같지만, 이것이 생명의 방식

인간의 시선으로 보면 막장입니다. 하지만 생명은 도덕이 아니라 존속을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정이품송은 그렇게 자신의 유전자를 남겼고, 600년을 넘어 미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의 왕권 정당성을 상징하던 나무는 이제 ‘사랑과 전쟁’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에게 생명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Q&A|정이품송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 정이품송은 실제로 벼슬을 받은 건가요?

공식 기록은 없으며, 전설에 가깝습니다.

Q. 정부인송과 정말 부부였나요?

사람들이 붙인 상징적 이름일 뿐, 과학적 부부 개념은 아닙니다.

Q. 후계목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서울 동대문구 홍릉숲에서 보호·관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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